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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사리 장마 ~ 고사리 채취 준비물, 삶는 방법

by 제주늘보 2020.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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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3년 차 이젠 4월이 되면 고사리가 저절로 생각난다.

빠르면 3월말부터 5월 중순 정도까지 제주는 고사리를 채취하러 다니는 사람들로 중산간 지역이 붐빈다. 4월부터 제주의 날씨는  잦은 비가 내린다. 안개비처럼 내리는 비로 여름철 장마와 같은 분위기가 연상되는데 제주 사람들은 이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난 다음날 새벽부터 중산간의 오름이나 초지로 고사리를 꺾으러 나가는 사람이 많아진다. 

안개비가 내리고 나면 제주도 전역에 제주 고사리가 쑥쑥 자라나기 때문에 중산간지역에 고사리를 꺾으러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맘때쯤 1100도로나 중산간 도로를 지나다 보면 이른 새벽에 많은 차들이 길가에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고사리 채취 채비를 갖추어 고사리를 꺾으러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1. 고사리 채취 준비물

 

고사리 채취 준비물은 목장갑, 장화, 모자, 고사리가방 등이 있다. 고사리가방은 제주의 오일장에 가면 '고사리 앞치마' 판매도 하는데 앞치마 하단에 지퍼가 달려있어 고사리를 꺾는 대로 앞치마에 넣고 아래 지퍼를 열면 바로 쏟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제주 고사리
제주 고사리

 

2. 고사리 채취 방법

고사리의 어원은 굽었다는 곡(曲)에서 따온 '고'와 풀(草)이라는 '사리'가 합쳐져서 곡사리→고사리로 변형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의 4월에 채취하는 고사리는 그해에 처음 나온 초물고사리로 아기 주먹 쥔 손 같이 동그랗게 말려진 어린 새순 고사리를 채취하여야 한다. 5월 중순이 넘어가면 고사리 줄기가 단단해져서 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제주의 4월은 고사리 채취에 적기인 것이다. 대략 10cm 정도 길이로 자란 고사리가 부드러우며 더 키가 큰 고사리는 손으로 만져서 똑하고 꺾어지는 연한 줄기 부분까지 꺾어야 한다. 

 

고사리 채취의 고수들은 가시덤불 우거진 인적이 드문 나만의 장고에서 고사리를 채취해 부업으로 판매를 하곤하지만 재미 삼아 또는 집에서 먹기 위해 채취하는 사람들은 초지나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는 것이 더 안전하다. 매년 4월 고사리철이 되면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고사리 꺾으러 갈 때는 2인 이상 같이 움직이고, 혹시 모를 길 잃음에 대비해서 호루라기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 고사리
제주 고사리

 

3. 고사리 삶는 방법

제주도 고사리는 전국에서 최고로 쳐주며 맛도 좋다. 예로부터 궐채(蕨菜)라 불리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을 만큼 쫄깃한 식감과 맛, 향을 자랑한다. 고사리는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B2,D 등 식이섬유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변비예방과 부기를 빼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사리는 채취후 10여분 정도 삶은 뒤 햇빛에 말려서 보관하거나 삶은 후 바로 급속냉동시켜 냉동실에 두고 1년 내내 먹기도 한다.  고사리는 미량의 독성이 있어서 삶아서 바로 먹으려면 하루 정도 물에 담가 계속 물을 갈아주며 우려서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건고사리도 사용하기 전 여러 번 우려내거나 쌀뜨물에 담가 독성을 제거하여야 한다. 육지와는 달리 제주도 사람들은 어린 순의 윗부분의 까끌한 식감을 싫어해서 털어내고 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제주의 햇볕 좋은 날이면 삶은 고사리를 하루만에 말릴 수 있다.

삶은 고사리를 말리면 원래 무게의 10% 정도로 무게가 감소하게 된다. 가령 1kg을 말리면 100g 정도?

 

제주에서는 고사리 채취 장소를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만의 보물창고처럼 매년 찾아가서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주의 4월 중산간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 옆에 여러대의 제주도민 차량들이 서있으면 고사리 채취에 도전해볼만하다. 대부분의 오름 주위에도 고사리가 있다하니 재미로 부업으로 고사리 채취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단 길을 잃거나, 뱀이나 진드기를 조심해서 제주의 4월 고사리를 즐겨보면 좋겠다.